스타트업에서 시장규모를 정의할 때 TAM-SAM-SOM 개념을 많이 사용합니다. 너무 식상한 내용이지만, 처음 창업과 경영전략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기초이기에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시장규모를 정의할 때는 반드시 내가 창업한 아이템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많은 창업자분이 글로벌 리포트에 있는 거대한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곤 하는데요. 사실 내 아이템으로 실제 접근 가능한 시장을 추정할 때는 글로벌 리포트의 장밋빛 숫자보다는, 구체적인 통계적 근거와 'Bottom-up' 방식에 의해 수치를 추정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대부분 IR 데모데이를 보면 이러한 시장 규모 제시에 의문을 갖는 VC들이 많습니다. 저도 컨설팅을 하면서 수백 개 기업의 VC 멘토링을 연계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그 숫자가 정말 당신의 매출과 직결되는 시장입니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시장규모는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TAM-SAM-SOM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 TAM (Total Addressable Market, 전체시장): 제품/서비스가 속한 산업 전체의 규모입니다.
- SAM (Serviceable Available Market, 유효시장):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 타깃으로 하는 세부 시장 규모입니다.
- SOM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 수익시장):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초기 1~3년 안에 실제로 점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장입니다.

제가 강의하고 있는 부천대학교 치기공과 학생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치기공과 관련된 사업 아이템으로 한 번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밝히고 싶은 것은 예시로 든 '이노바이드'는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컨설팅 과정에서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치기공 관련 예시를 찾다 보니 알게 된 훌륭한 스타트업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노바이드는 글로벌하게 치과병원과 기공소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문제 정의도 좋았고, 우리나라 기술자인 치기공사의 처우에 대한 문제 인식도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다만 해당 발표 자료에서 제시한 시장규모는 다소 포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장표를 보면 '치과 보철물 시장' 전체를 시장으로 잡았는데, 과연 플랫폼이 타깃하는 '연결 및 수수료 시장'과 정확히 일치할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실습하며 아래와 같이 시장을 다시 추정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정의해야 할 것은 우리 플랫폼의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 입니다. 학생들과 논의해 보았을 때, 결국 핵심 고객은 치과병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왜 그런가? 이 시장에서 환자가 직접 치기공에 의뢰하지는 못하고, 결국 치과병원이 치기공을 찾아 일을 주는 구조로 되어있고, 교섭력 또한 치과병원이 가지고 있어서 입니다.
그럼 이제 시장을 추정해야 하는데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Gemni 활용)
1. 기초 데이터 설정 (Bottom-up 추정)
- 치과 기공물 단가: 현직에 계신 학생분들께 확인하니 소재별로 다르지만 평균 5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치과 치료비에 비해 기공료가 너무 낮아 저도 놀랐던 부분입니다.
- 치과당 월평균 의뢰 건수: 개인 의료원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아 월 500건으로 설정했습니다.
- 플랫폼 수수료: 건당 20%, 즉 기공물 1개당 약 1만 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2. SOM (수익 시장): 한국 시장 규모 추정
- 우리나라 치과 병·의원 수: 약 19,000개 (2023년 통계청 기준)
- 잠재적 전체 수익 규모: 19,000개소 × 500건 × 12개월 × 1만 원 = 약 1조 1,400억 원
- 현실적인 접근: 국내 개인 의원은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플랫폼 수수료를 내기보다 기존 인맥을 통한 기공소 거래를 선호하죠. 실제로 병상 30개 이상의 치과병원은 239개로 전체의 약 1% 수준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점유 가능한 영역을 전체의 5% 정도로 잡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 최종 SOM: 1조 1,400억 원 × 5% = 약 570억 원 (현실적으로 집중 공략 가능한 국내 매출 규모)
3. SAM (유효 시장): 미국 시장 규모 추정
- 미국 치과 수: 약 20만 개
- 미국 전체 수수료 시장: 20만 개 × 500건 × 12개월 × 1만 원 = 약 12조 원
- 현실적 도달 범위(5%):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 한국 기공소로의 아웃소싱 니즈가 큽니다. 한국과 동일하게 5%의 침투율을 가정하면,
- 최종 SAM: 12조 원 × 5% = 약 6,000억 원
4. TAM (전체 시장): 글로벌 시장 규모 추정
- 글로벌 치과 수: 약 100만 개 (WHO 및 글로벌 통계 추정치 활용)
- 글로벌 전체 수수료 시장: 100만 개 × 500건 × 12개월 × 1만 원 = 약 60조 원
- 최종 TAM (전 세계 5% 점유 시): 60조 원 × 5% = 약 3조 원

어떤가요? 처음에 단순히 글로벌 리포트에서 가져온 '수십 조 시장'이라는 수치보다 훨씬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과 1곳당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이 갑니다.
이 숫자가 절대 작지 않습니다. 국내외 유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매출 500억 원은 충분히 넘길 수 있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이렇게 잡아야 합니다. 목표가 정확해야 하고, 통계에 기반하여 우리 서비스가 공급될 때 발생하는 진짜 수익을 기준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물론 제품마다 이렇게 잡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케바케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이처럼 논리적인 흐름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사업의 방향성도 명확해집니다.
오늘은 시장규모를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예비 창업자분들과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