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가 진행한 맥킨지의 글로벌 총괄 이사, 밥 스턴펠스(Bob Sternfels)와의 인터뷰는 컨설팅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창립 100주년을 앞둔 맥킨지가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있는지, 그 핵심 변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인간 4만 + AI 에이전트 2만’의 하이브리드 조직
가장 놀라운 점은 맥킨지의 인력 구조 변화입니다. 스턴펠스 회장은 현재 맥킨지의 구성원을 4만 명의 인간과 2만 개의 AI 에이전트라고 정의했습니다. 불과 1년 반 전 3,000개였던 AI 에이전트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2030년까지 목표로 했던 '1인 1에이전트' 체제를 앞당겨 실현하며, 이제 AI는 컨설턴트의 보조 도구가 아닌 조직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식 판매’에서 ‘성과 보증’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
전통적인 컨설팅이 정교한 논리가 담긴 보고서(PPT)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었다면, 이제 맥킨지는 고객과 위험을 분담하는 '임팩트 파트너(Impact Partner)'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AI를 통해 웬만한 데이터 분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시대에, 맥킨지는 "우리가 제시한 전략으로 시가총액을 두 배로 늘려주겠다"와 같은 성과 기반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실제로 현재 맥킨지 매출의 약 3분의 1이 이러한 성과 보증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컨설팅 업계의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시사합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세 가지 역량
조직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맥킨지가 찾는 인재상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완벽한 스펙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장 먼저 봅니다. AI가 선형적인 문제 해결을 완벽히 수행하는 시대에 인간 컨설턴트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열망(Aspiring): 조직이 나아갈 올바른 목표 수준을 설정하는 능력
판단(Judgment): AI 모델이 내놓은 결과값의 진위와 가치를 가려내는 눈
창의(Creativity): 논리적 단계를 뛰어넘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능력
속도가 곧 회복력인 ‘수평적 조직’
맥킨지는 내부적으로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조직을 수평화하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턴펠스 회장은 "실수를 하더라도 더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 결국 이긴다"고 강조하며, 끊임없는 외부 충격에 견디는 '제도적 회복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과감한 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모델을 의미합니다.
마치며
이번 HBR 인터뷰를 통해 본 맥킨지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업(業)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고객이 스스로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도달하도록 돕는다"는 컨설팅의 초심을 유지하면서, 그 방식은 AI와 성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형태로변화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기술 사업화를 고민하는 저희들에게도 맥킨지의 이러한 행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IdeaCast: "How McKinsey Plans to Survive AI (and Reinvent Consulting)"
어제부로 예비창업패키지와 창업중심대학 모집이 마감되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이 업계에서 12년 넘게 발을 담그고 수많은 지원 사업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가끔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창업 현장에서 제가 마주한 근본적인 의문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은 반드시 '회사'여야만 하는가?
요즘 부천대학교에서 강의를 준비하며 다양한 이론서와 강연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공부를 거듭할수록 드는 확신은,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체계가 지나치게 '행정적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말해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번듯한 '회사'일 필요가 없습니다.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 팀, 혹은 유연한 조직입니다. 그래야만 빠르게 가설을 테스트하고, 실패하면 미련 없이 피봇(Pivot)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예비' 단계에서조차 법인 설립을 강요하고, 연차에 따라 지원 자격을 칼같이 나눕니다. 법인을 만드는 순간 창업가는 문제 해결이 아닌, 수많은 신고 절차와 행정 업무라는 거대한 저항에 직면합니다. 이는 단순한 수고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엄청난 기회비용입니다.
혁신의 지표가 '서류'가 된 현실
정부는 창업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지만,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법인 설립 여부
매출액과 채용인원 수
특허 출원 건수
물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니 증빙과 절차가 중요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지표는 "시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시스템은 오히려 자본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선정된 청년 창업가들 중 상당수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는 광경을 많이 봤습니다. 그들에게는 행정적 준비를 대신해 줄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죠. 반면, 사회의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온몸으로 부딪히려는 열정 가득한 청년들은 높은 행정 장벽 앞에서 좌절하곤 합니다.
'행정의 편리'를 넘어 '진짜 혁신가'에게
진정한 창업 지원은 아이템의 실질적인 검증을 돕고 빠른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평가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서류를 갖췄느냐가 아니라,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가 강조한 IRL(Investment Readiness Level, 투자 성숙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진짜 고객을 만나보았는가?"
"얼마나 많은 고객을 만났는가?"
"그들에게서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최근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여러 말들이 많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시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아무나' 하는 창업이 아니라,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진짜 혁신가'에게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지표 뒤에 숨은 진짜 혁신가들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제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글과 다른 과학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화학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나노과학 이야기가 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작은 로봇이 우리 몸속을 유영하며 암세포를 타격할 수 있다는 상상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처럼 흥미로웠습니다. 그 꿈을 쫓아 대학에서 나노공학과 물리학을 복수 전공하며 나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학문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4학년이 되어서야 나노바이오 로봇을 완성하기 위해선 '바이오'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뒤늦게 생물학 수업을 들었지만, 원리와 논리보다는 저에게는 끝없는 암기의 연속처럼 느껴졌고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결국 생물학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고, 저는 반도체 분야로 전향해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르게 기술경영,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사업화에 대한 기회를 시작으로 컨설턴트가 되어 벌써 12년 넘게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마흔이 넘은 지금, 가끔 과학 저널에 게재된 최신 학술지를 볼 때가 있는데, 오늘 이 논문을 보면서 어릴적 꿈꿨던 일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때 포기하지 않고 바이오 공부를 마쳤다면, 지금쯤 나도 이런 논문의 저자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논문은 어릴적 꿈꾸던 나노로봇 시대가 정말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최신 연구 결과이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와 양자컴퓨팅이 이 시대를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최신 연구 결과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암세포를 향한 완벽한 배달, 하이드로겔 운반체
나노로봇 연구의 최대 난제는 '로봇이 너무 작아서 가는 도중에 다 잃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혈류는 생각보다 빠르고, 체내 지형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 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운반체를 활용한 시스템은 언제나 활용되고 있는데, 오늘 이 논문은 안전하게 장거리 수송이 가능하고, 타겟 지역에서 다시 군집형태로 모을 수 있다는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1단계: 안전한 장거리 수송
수만 개의 나노로봇을 하이드로겔 속에 가두어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외부 자기장으로 제어하기 쉬워지고, 이동 중에 로봇이 흩어지는 유실률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장갑차를 타고 적진 앞마당까지 안전하게 배달되는 셈입니다.
2단계: 정밀한 타겟 침투
목적지에 도착하면 젤리 주머니를 녹여 로봇들을 풀어줍니다. 덩치가 큰 장갑차는 들어갈 수 없는 암세포 사이사이의 아주 좁은 틈새를, 이제 아주 작아진 나노로봇들이 유연하게 파고들 수 있습니다.
열과 약물을 통한 암세포 공격
로봇들이 몸 속 깊이 자리를 잡으면 암세포 공격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외부에서 근적외선을 쏘아 로봇에게 에너지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로봇들이 활성화 됩니다. 이 때 두가지 방식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데요. 바로 열과 약물 투입니다.
광열 치료
빛 에너지를 받은 로봇이 뜨겁게 달궈지며, 열에 약한 암세포를 직접 태워 죽입니다.
화학 치료
로봇 몸체에 붙어있던 항암제는 특정 온도 이상에서만 방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빛을 쏘는 순간, 암세포에게만 직접 독약을 뿌려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성큼 다가온 나노-바이오 로봇 시대
한 때 꿈꿨던 전공자로서 바라본 이번 논문은 단순히 로봇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전달 효율' 문제를 공학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최적화 문제를 아주 잘 풀고 있는데요. 이 논문이 충분한 재현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상용화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최적화 문제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2년 전에 가까운 사회 선배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제는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문헌]
Zerui Li, Minimizing nanorobot swarm loss for near-infrared-responsive chemo-photothermal therapy, Communications Materials volume 6, Article number: 273 (2025)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 세계 혁신가들의 바이블이자, 실리콘밸리의 창업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꾼 전설적인 지침서, 『스타트업 매뉴얼(The Startup Owner's Manual)』에 대한 내용입니다.
Steve blank0(2012), The Startup Owner's Manual
우리는 흔히 창업이라고 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밤새 제품을 만들어 멋지게 출시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통계는 냉정합니다. 10개 스타트업 중 9개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사줄 고객을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8번의 창업과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한 가지 거대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대기업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조직이지만, 스타트업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무엇인지 안개 속에서 '탐색'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은 그 탐색의 과정을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이라는 과학적인 단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자는 창업가들에게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소설 같은 사업 계획서를 쓰지 말고, 당장 밖으로 나가 진짜 고객을 만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현장에서 깨지고, 다시 방향을 트는 '피벗(Pivot)'의 과정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이 책 Chaper 1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14가지 규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Rule No. 1: There Are No Facts Inside Your Building, So Get Outside.
사무실 안에 팩트는 없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라.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책상 앞에 앉아 밤새 기획서만 쓰고 있진 않나요? 죄송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라 여러분의 '상상'일 뿐이에요. 진짜 우리 물건을 사줄 사람, 우리 서비스에 열광할 사람은 건물 밖에 있습니다. 강의실을 박차고 나가 진짜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는 것, 그것이 창업의 시작입니다.
Rule No. 2: Pair Customer Development with Agile Development.
고객 개발을 애자일 개발과 결합하라.
고객을 만나서 "이 기능은 별로예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제품을 고치는 데 1년이 걸린다면 어떨까요? 고객 개발은 '고객의 목소리'이고, 애자일 개발은 '빠르게 고치는 능력'이에요. 이 둘은 콤비처럼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듣는 즉시 고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해요.
Rule No. 3: Failure is an Integral Part of the Search.
실패는 탐색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학교 시험에서 틀리면 감점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틀리는 것'이 정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에요. 스타트업은 이미 있는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같거든요. 엉뚱한 곳을 파보는 '실패'를 많이 해봐야 진짜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됩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아, 여기엔 보물이 없구나!"라는 소중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Rule No. 4: Make Continuous Iterations and Pivots.
지속적인 반복(Iteration)과 피벗(Pivot)을 하라.
가설이 틀렸다면 고집부리지 말고 방향을 틀어야 해요. 메뉴 하나를 바꾸는 걸 '반복'이라고 한다면, 식당 메뉴 전체를 바꾸거나 아예 배달 전문점으로 바꾸는 걸 '피벗'이라고 해요.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은 모두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게 정답이 아니었어"라고 말하며 수십 번 방향을 틀었던 사람들이랍니다.
Rule No. 5: No Business Plan Survives First Contact with Customers So Use a Business Model Canvas.
어떤 사업 계획서도 고객과 만나는 순간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니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써라.
수십 장짜리 두꺼운 사업 계획서는 사실 소설에 가까워요. 고객을 만나는 순간 그 계획은 다 깨지게 되어 있거든요. 대신 한 페이지짜리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MC)'를 사용하세요. 가설을 적어두고, 틀리면 바로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살아있는 지도가 훨씬 유용합니다.
Rule No. 6: Design Experiments and Test to Validate Your Hypotheses.
가설 검증을 위한 실험을 설계하고 테스트하라.
"사람들이 내 앱을 좋아할 거야"라고 막연히 믿지 마세요. "10명 중 5명이 이 버튼을 누를까?"처럼 구체적인 실험을 만들어보세요. 진짜 코딩을 다 안 해도 돼요.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거나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험할 수 있습니다.
Rule No. 7: Agree on Market Type. It Changes Everything.
시장 유형을 결정하라.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여러분이 싸우려는 경기장이 어디인지 아는 게 중요해요. 이미 있는 시장(네이버와 싸우기), 아예 없는 시장(하늘을 나는 신발 만들기), 틈새시장(왼손잡이용 가위 만들기) 등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내가 어디에서 뛰고 있는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Rule No. 8: Startup Metrics Differ from Those in Existing Companies.
스타트업의 지표는 기존 기업과 달라야 한다.
대기업은 '이번 달 매출 얼마지?'를 중요하게 보지만, 이제 막 시작한 여러분에게 매출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어요. 대신 "오늘 우리 서비스를 써본 사람 중 몇 명이 내일 또 왔지?" 같은 '성장과 학습의 지표'를 봐야 합니다. 숫자의 질이 달라야 한다는 뜻이에요.
Rule No. 9: Fast Decision-Making, Cycle Time, Speed and Tempo.
빠른 의사결정, 주기, 속도와 템포가 핵심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무기는 '속도'예요. 결정하는 데 일주일씩 걸리면 그사이 통장 잔고는 바닥납니다. 완벽한 결정을 내리려고 끙끙대기보다, 일단 결정하고 틀리면 바로 고치는 '템포'를 유지하세요. 대기업이 회의 한 번 할 때, 여러분은 실험을 세 번 끝내야 합니다.
Rule No. 10: It’s All About Passion.
모든 것은 열정에 달려 있다.
스타트업은 정말 힘들어요. 불확실성 속에서 매일 거절당할 수도 있죠. 이 길을 버티게 해주는 건 "나는 세상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라는 뜨거운 열정뿐이에요. 단순히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한다면 금방 지칠 거예요.
Rule No. 11: Startup Job Titles Are Very Different from a Large Company’s.
스타트업의 직함은 대기업과 아주 다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영업팀장, 마케팅팀장 같은 직함이 큰 의미가 없어요. 모두가 한 팀이 되어 고객을 만나러 다니는 고객 개발 팀이 되어야 하죠. 상황에 따라 디자이너가 상담도 하고, 개발자가 마케팅도 해야 하는 유연함이 필수입니다.
Rule No. 12: Preserve All Cash Until Needed. Then Spend.
필요한 때까지 현금을 보존하라. 그 후에는 아낌없이 써라.
아직 보물이 어디 있는지(비즈니스 모델) 모를 때는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해요. 비싼 사무실을 빌리거나 직원을 많이 뽑지 마세요. 하지만 "아, 이게 진짜 돈이 되는구나!"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그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Rule No. 13: Communicate and Share Learning.
배우고 깨달은 것을 소통하고 공유하라.
밖에서 고객을 만나고 배운 소중한 정보들을 혼자만 알고 있지 마세요. 팀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다 같이 같은 방향으로 뛸 수 있습니다. "오늘 만난 고객이 이런 말을 했어!"라고 끊임없이 대화하세요.
Rule No. 14: Customer Development Success Begins With Buy-In.
고객 개발의 성공은 모두의 동의(Buy-in)에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밖으로 나가고, 실패하고, 방향을 트는 것)에 대해 팀원과 투자자 모두가 "그래, 이게 맞는 길이야"라고 믿어줘야 해요. "왜 빨리 제품 안 만들고 밖에서 사람만 만나?"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하기 어렵거든요.
마무리하며
스티브 블랭크가 제시한 이 14가지 선언문은 사실 창업가들에게 겸손함과 빠른 실행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획보다는 학습을, 권위보다는 팩트를 우선시할 때 비로소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연할 때 늘 언급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실행하면 복잡한 머릿 속의 엉켜있는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야 한다고.... 만약 그렇지 못하고 열심히 그날 일만 처리한다면 다시 한번 멈추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요. 그런면에서 이 14가지 규칙은 창업을 하거나 N잡을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시장규모를 정의할 때 TAM-SAM-SOM 개념을 많이 사용합니다. 너무 식상한 내용이지만, 처음 창업과 경영전략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기초이기에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시장규모를 정의할 때는 반드시 내가 창업한 아이템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많은 창업자분이 글로벌 리포트에 있는 거대한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곤 하는데요. 사실 내 아이템으로 실제 접근 가능한 시장을 추정할 때는 글로벌 리포트의 장밋빛 숫자보다는, 구체적인 통계적 근거와 'Bottom-up' 방식에 의해 수치를 추정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대부분 IR 데모데이를 보면 이러한 시장 규모 제시에 의문을 갖는 VC들이 많습니다. 저도 컨설팅을 하면서 수백 개 기업의 VC 멘토링을 연계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그 숫자가 정말 당신의 매출과 직결되는 시장입니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시장규모는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TAM-SAM-SOM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TAM (Total Addressable Market, 전체시장): 제품/서비스가 속한 산업 전체의 규모입니다.
SAM (Serviceable Available Market, 유효시장):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 타깃으로 하는 세부 시장 규모입니다.
SOM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 수익시장):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초기 1~3년 안에 실제로 점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장입니다.
제가 강의하고 있는 부천대학교 치기공과 학생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치기공과 관련된 사업 아이템으로 한 번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밝히고 싶은 것은 예시로 든 '이노바이드'는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컨설팅 과정에서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치기공 관련 예시를 찾다 보니 알게 된 훌륭한 스타트업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노바이드는 글로벌하게 치과병원과 기공소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문제 정의도 좋았고, 우리나라 기술자인 치기공사의 처우에 대한 문제 인식도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다만 해당 발표 자료에서 제시한 시장규모는 다소 포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장표를 보면 '치과 보철물 시장' 전체를 시장으로 잡았는데, 과연 플랫폼이 타깃하는 '연결 및 수수료 시장'과 정확히 일치할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실습하며 아래와 같이 시장을 다시 추정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정의해야 할 것은 우리 플랫폼의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 입니다. 학생들과 논의해 보았을 때, 결국 핵심 고객은 치과병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왜 그런가? 이 시장에서 환자가 직접 치기공에 의뢰하지는 못하고, 결국 치과병원이 치기공을 찾아 일을 주는 구조로 되어있고, 교섭력 또한 치과병원이 가지고 있어서 입니다.
그럼 이제 시장을 추정해야 하는데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Gemni 활용)
1. 기초 데이터 설정 (Bottom-up 추정)
치과 기공물 단가: 현직에 계신 학생분들께 확인하니 소재별로 다르지만 평균 5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치과 치료비에 비해 기공료가 너무 낮아 저도 놀랐던 부분입니다.
치과당 월평균 의뢰 건수: 개인 의료원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아 월 500건으로 설정했습니다.
플랫폼 수수료: 건당 20%, 즉 기공물 1개당 약 1만 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2. SOM (수익 시장): 한국 시장 규모 추정
우리나라 치과 병·의원 수: 약 19,000개 (2023년 통계청 기준)
잠재적 전체 수익 규모: 19,000개소 × 500건 × 12개월 × 1만 원 = 약 1조 1,400억 원
현실적인 접근: 국내 개인 의원은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플랫폼 수수료를 내기보다 기존 인맥을 통한 기공소 거래를 선호하죠. 실제로 병상 30개 이상의 치과병원은 239개로 전체의 약 1% 수준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점유 가능한 영역을 전체의 5% 정도로 잡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최종 SOM: 1조 1,400억 원 × 5% = 약 570억 원 (현실적으로 집중 공략 가능한 국내 매출 규모)
3. SAM (유효 시장): 미국 시장 규모 추정
미국 치과 수: 약 20만 개
미국 전체 수수료 시장: 20만 개 × 500건 × 12개월 × 1만 원 = 약 12조 원
현실적 도달 범위(5%):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 한국 기공소로의 아웃소싱 니즈가 큽니다. 한국과 동일하게 5%의 침투율을 가정하면,
최종 SAM: 12조 원 × 5% = 약 6,000억 원
4. TAM (전체 시장): 글로벌 시장 규모 추정
글로벌 치과 수: 약 100만 개 (WHO 및 글로벌 통계 추정치 활용)
글로벌 전체 수수료 시장: 100만 개 × 500건 × 12개월 × 1만 원 = 약 60조 원
최종 TAM (전 세계 5% 점유 시): 60조 원 × 5% = 약 3조 원
어떤가요? 처음에 단순히 글로벌 리포트에서 가져온 '수십 조 시장'이라는 수치보다 훨씬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과 1곳당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이 갑니다.
이 숫자가 절대 작지 않습니다. 국내외 유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매출 500억 원은 충분히 넘길 수 있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이렇게 잡아야 합니다. 목표가 정확해야 하고, 통계에 기반하여 우리 서비스가 공급될 때 발생하는 진짜 수익을 기준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물론 제품마다 이렇게 잡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케바케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이처럼 논리적인 흐름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사업의 방향성도 명확해집니다.
오늘은 시장규모를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예비 창업자분들과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오늘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게 될 '혁신 이론'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혁신 이론은 현상을 사후에 설명하기 위한 개념적인 틀에 가깝습니다. 실제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자, 이제 슘페터의 이론을 적용해서 기획안을 써보자!"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이론들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창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하고, 그 본질적인 속성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교과서적인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창업이나 경영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개념 4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조셉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들은 사실 과거의 견고했던 질서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것들입니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이러한 현상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역설적인 단어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경제 발전이 단순히 자본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질서와 기술, 상품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비연속적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등장이 피처폰과 MP3, 네비게이션 시장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면서도, 그 폐허 위에서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새롭게 창조해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슘페터는 이러한 혁신을 이끄는 주체로 '기업가(Entrepreneur)'를 지목하며, 이들을 일반적인 경영자와 구분했습니다. 단순히 기존 방식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경영자라면, 기업가는 새로운 생산 방법이나 상품을 도입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없던 방식을 제시하며 정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업가들의 에너지가 곧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는 셈이죠.
이러한 혁신의 양상은 S-커브 그래프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의 왼쪽 곡선인 '존속적 혁신'이 기존 기술의 한계 안에서 점진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단계라면, 오른쪽의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술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등장합니다. 즉, 낡은 기술의 시대가 저물 때 새로운 혁신 기술이 나타나 이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다시 한번 폭발적인 성장의 시대를 여는 메커니즘을 보여줍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넷플릭스의 OTT 서비스입니다. 과거 미디어 시장은 지상파와 케이블 TV가 굳건히 장악하고 있었으나, 넷플릭스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기존의 시청 관습을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넘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고 미디어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꾼 진정한 의미의 '시장 성과'이자 '창조적 파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로저스 혁신확산곡선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즉시 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버릿 로저스는 혁신이 사회 시스템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특정 경로를 통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달되는 과정을 연구했고, 이를 '혁신 확산 곡선'이라는 모델로 정리했습니다. 그는 수용 시점에 따라 사람들을 다섯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이는 단순히 성격 차이가 아니라 혁신이 대중화되는 필연적인 단계를 보여줍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이들은 '혁신 수용자(Innovators, 2.5%)'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 그 자체에 열광하며, 설령 위험이나 비용이 따르더라도 누구보다 먼저 혁신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소수의 모험가들입니다. 다음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s, 13.5%)'는 사회적 리더십을 가진 집단으로, 혁신이 가진 실질적인 가치를 판단하고 이를 주변에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혁신이 대중적인 성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비중이 큰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 34%)'와 '후기 다수 수용자(Late Majority, 34%)'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합니다. 전기 다수는 충분한 검증이 끝난 후 신중하게 지갑을 열고, 후기 다수는 대다수가 사용하고 나서야 사회적 압력이나 필요에 의해 수용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보수적인 '지각 수용자(Laggards, 16%)'까지 제품을 사용하게 될 때 비로소 혁신의 확산은 완성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개념이 바로 '캐즘(Chasm)'입니다. 자료의 그래프를 보면 조기 수용자와 전기 다수 수용자 사이에 깊은 골짜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제프리 무어가 제시한 개념으로, 혁신에 열광하는 초기 시장과 실용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주류 시장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혁신 기업들이 초기 수용자들의 환호에 취해 있다가 이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지곤 합니다.
결국 혁신의 성공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초기 시장의 열기를 어떻게 주류 시장의 신뢰로 전환하느냐, 즉 그 깊은 '캐즘'을 어떻게 건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수많은 서비스도 사실은 이 험난한 확산의 곡선을 하나씩 정복하며 우리 곁에 도달한 소중한 혁신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3. 크리스텐슨 파괴적 혁신
위대한 기업들이 왜 한순간에 시장의 주도권을 잃고 몰락할까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 원인을 '파괴적 혁신'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혁신은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비로소 동력을 얻는다"고 말하며,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것이 혁신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강자들은 '존속적 혁신'에 집중합니다. 주류 시장의 까다로운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성능을 더 높이고 기능을 추가하며 점점 더 고성능, 고가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품은 대다수 평범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게 되고, 가격도 비싸집니다.
이때 파괴적 혁신이 등장합니다. 파괴적 혁신은 처음부터 기존 주류 시장이 중시하던 '고성능' 경쟁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대신 기술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하거나, 사용하기 편리하거나, 휴대성이 좋은 제품으로 **'저가 시장(Low-End)'**이나 새로운 시장을 먼저 공략합니다. 초기에는 성능이 낮아 주류 고객들에게 외면받지만, 이들은 작은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며 빠르게 기술력을 보완해 나갑니다.
그래프를 보면 파괴적 혁신의 곡선이 존속적 혁신의 곡선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 제품의 성능이 마침내 주류 고객이 요구하는 최저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시장의 판도는 순식간에 뒤집힙니다. 고객들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과한 성능의 제품을 쓰는 대신, 충분히 쓸만하면서도 합리적인 파괴적 혁신 제품으로 대거 이동하게 됩니다. 결국, 기존의 거대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공들여 키운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기업가의 역할은 매우 결정적입니다. 기업가는 단순히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닙니다. 아직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 기준을 발견하고, 그 기술이 주류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전략가입니다. 넷플릭스가 처음에 우편 배송으로 DVD를 빌려주던 소박한 서비스에서 시작해 거대 미디어 공룡이었던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것처럼, 파괴적 혁신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시장의 정상을 차지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4. 피터 틸 제로 투 원
지금의 미국 테크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의 대부, 피터 틸(Peter Thiel)입니다. 일론 머스크부터 최근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까지, 그와 함께했던 인물들이 미국 사회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죠. 그가 전 세계 스타트업과 지식인들에게 던진 화두가 바로 '제로 투 원'입니다. 이 개념은 단순히 비즈니스 기법을 넘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피터 틸은 진보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수평적 진보'입니다. 이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것을 복제하여 1에서 n으로 확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존의 성공 방식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글로벌화(Globalization)'가 이에 해당하죠. 반면 두 번째인 '수직적 진보'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즉 0에서 1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터 틸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혁신기술이라고 정의합니다. 타자기를 100개 더 만드는 것이 1에서 n이라면, 워드프로세서를 처음 만드는 것이 바로 0에서 1입니다.
그가 이토록 0에서 1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경쟁과 독점'에 대한 독특한 시각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경쟁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배우지만, 피터 틸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그에 따르면 경쟁은 이윤을 파괴하고 차별화를 없애는 소모적인 전쟁일 뿐입니다. 실패한 기업들은 모두 '경쟁'이라는 굴레에 갇혀 서로를 닮아가느라 혁신할 에너지를 잃어버린다는 것이죠.
반면 독점 기업은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기에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얻은 높은 이윤은 다시 장기적인 계획과 파괴적인 혁신에 투자되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남들이 하는 방식을 조금 더 잘하는 곳이 아니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여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곳들입니다.
"경쟁은 패배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그의 도발적인 문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한다면, 레드오션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방법을 찾기보다 '아직 세상에 없는 1'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 보세요. 그것이 바로 피터 틸이 말하는, 세상을 도약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기술혁신 이론을 대표하는 4가지 핵심 개념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경제 발전의 본질을 '창조적 파괴'로 정의한 슘페터부터, 혁신이 대중에게 번져나가는 경로를 분석한 로저스, 거대 기업이 왜 무너지는지 날카롭게 파헤친 크리스텐슨, 그리고 경쟁을 넘어 독보적인 가치를 창조하라고 외치는 피터 틸까지.
이들의 이론은 각기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혁신은 단순히 '더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막 경영과 기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 여러분이 이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살펴본 이론들이 혁신의 원리에 가까웠다면, 다음에는 이를 실전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 볼 차례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구체적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포지셔닝하는 몇 가지 도구를 살펴보고, 특히 성공적인 사업의 첫 단추인 목표 시장 정의에 있어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핵심적으로 봐야 하는지 심도 있게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