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금까지 글과 다른 과학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화학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나노과학 이야기가 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작은 로봇이 우리 몸속을 유영하며 암세포를 타격할 수 있다는 상상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처럼 흥미로웠습니다. 그 꿈을 쫓아 대학에서 나노공학과 물리학을 복수 전공하며 나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학문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4학년이 되어서야 나노바이오 로봇을 완성하기 위해선 '바이오'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뒤늦게 생물학 수업을 들었지만, 원리와 논리보다는 저에게는 끝없는 암기의 연속처럼 느껴졌고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결국 생물학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고, 저는 반도체 분야로 전향해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르게 기술경영,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사업화에 대한 기회를 시작으로 컨설턴트가 되어 벌써 12년 넘게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마흔이 넘은 지금, 가끔 과학 저널에 게재된 최신 학술지를 볼 때가 있는데, 오늘 이 논문을 보면서 어릴적 꿈꿨던 일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때 포기하지 않고 바이오 공부를 마쳤다면, 지금쯤 나도 이런 논문의 저자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논문은 어릴적 꿈꾸던 나노로봇 시대가 정말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최신 연구 결과이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와 양자컴퓨팅이 이 시대를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최신 연구 결과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암세포를 향한 완벽한 배달, 하이드로겔 운반체
나노로봇 연구의 최대 난제는 '로봇이 너무 작아서 가는 도중에 다 잃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혈류는 생각보다 빠르고, 체내 지형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 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운반체를 활용한 시스템은 언제나 활용되고 있는데, 오늘 이 논문은 안전하게 장거리 수송이 가능하고, 타겟 지역에서 다시 군집형태로 모을 수 있다는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1단계: 안전한 장거리 수송
수만 개의 나노로봇을 하이드로겔 속에 가두어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외부 자기장으로 제어하기 쉬워지고, 이동 중에 로봇이 흩어지는 유실률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장갑차를 타고 적진 앞마당까지 안전하게 배달되는 셈입니다.
2단계: 정밀한 타겟 침투
목적지에 도착하면 젤리 주머니를 녹여 로봇들을 풀어줍니다. 덩치가 큰 장갑차는 들어갈 수 없는 암세포 사이사이의 아주 좁은 틈새를, 이제 아주 작아진 나노로봇들이 유연하게 파고들 수 있습니다.

열과 약물을 통한 암세포 공격
로봇들이 몸 속 깊이 자리를 잡으면 암세포 공격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외부에서 근적외선을 쏘아 로봇에게 에너지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로봇들이 활성화 됩니다. 이 때 두가지 방식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데요. 바로 열과 약물 투입니다.
광열 치료
빛 에너지를 받은 로봇이 뜨겁게 달궈지며, 열에 약한 암세포를 직접 태워 죽입니다.
화학 치료
로봇 몸체에 붙어있던 항암제는 특정 온도 이상에서만 방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빛을 쏘는 순간, 암세포에게만 직접 독약을 뿌려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성큼 다가온 나노-바이오 로봇 시대
한 때 꿈꿨던 전공자로서 바라본 이번 논문은 단순히 로봇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전달 효율' 문제를 공학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최적화 문제를 아주 잘 풀고 있는데요. 이 논문이 충분한 재현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상용화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최적화 문제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2년 전에 가까운 사회 선배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제는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문헌]
Zerui Li, Minimizing nanorobot swarm loss for near-infrared-responsive chemo-photothermal therapy, Communications Materials volume 6, Article number: 273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