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로 예비창업패키지와 창업중심대학 모집이 마감되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이 업계에서 12년 넘게 발을 담그고 수많은 지원 사업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가끔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창업 현장에서 제가 마주한 근본적인 의문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은 반드시 '회사'여야만 하는가?

요즘 부천대학교에서 강의를 준비하며 다양한 이론서와 강연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공부를 거듭할수록 드는 확신은,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체계가 지나치게 '행정적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말해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번듯한 '회사'일 필요가 없습니다.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 팀, 혹은 유연한 조직입니다. 그래야만 빠르게 가설을 테스트하고, 실패하면 미련 없이 피봇(Pivot)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예비' 단계에서조차 법인 설립을 강요하고, 연차에 따라 지원 자격을 칼같이 나눕니다. 법인을 만드는 순간 창업가는 문제 해결이 아닌, 수많은 신고 절차와 행정 업무라는 거대한 저항에 직면합니다. 이는 단순한 수고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엄청난 기회비용입니다.

 

혁신의 지표가 '서류'가 된 현실

정부는 창업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지만,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 법인 설립 여부
  • 매출액과 채용인원 수
  • 특허 출원 건수

물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니 증빙과 절차가 중요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지표는 "시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시스템은 오히려 자본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선정된 청년 창업가들 중 상당수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는 광경을 많이 봤습니다. 그들에게는 행정적 준비를 대신해 줄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죠. 반면, 사회의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온몸으로 부딪히려는 열정 가득한 청년들은 높은 행정 장벽 앞에서 좌절하곤 합니다.

 

'행정의 편리'를 넘어 '진짜 혁신가'에게

진정한 창업 지원은 아이템의 실질적인 검증을 돕고 빠른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평가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서류를 갖췄느냐가 아니라,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가 강조한 IRL(Investment Readiness Level, 투자 성숙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 "진짜 고객을 만나보았는가?"
  • "얼마나 많은 고객을 만났는가?"
  • "그들에게서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최근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여러 말들이 많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시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아무나' 하는 창업이 아니라,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진짜 혁신가'에게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지표 뒤에 숨은 진짜 혁신가들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제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짜 창업 지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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