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십여년 간기술사업화는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핵심 전략 키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더 이상 지식 생산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산업적 성과 창출을 요구받고 있죠. 그 중심에 있는 조직이 바로 기술이전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TLO가 기술사업화의 동력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오히려 성과지표에 갇혀 사업화 본질과 멀어지는 관리 중심 조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TLO의 구조적 한계와 성과평가 방식의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해 짧은 생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현황 진단: 실적은 늘지만, 실효성은 의문

먼저 국내 기술이전 활동의 양적 성장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2024년도 공공 기술이전사업화 실태조사)

  • 기술이전 건수('23): 12,076건 (공공 5,938건 / 대학 6,138건) 
  • 기술이전 수입액('23): 2,482억 원
  • 신규확보기술 건수('23): 39,930건 (특허실용신안 33,256건 / 디자인 648건 / 노하우 5,429건 / 권리확보 진행 중 597건)

출처: 2024년도 공공 기술이전 사업화 실태조사

최근 동향을 보면 기술이전 수입액이 2천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24년)는 1천억 원 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떨어진건 둘째치고 수년 동안 이 금액을 유사하게  유지하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요? 어떻게 매년 비슷한 수준의 기술이전 수입액 성과를 낼까..... 결국 정부과제입니다. 아시겠지만 기술사업화 과제는 대부분 기술 이전을 필수로 몇 건 하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에 대한 경상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한 해에 달성해야 하는 정량적 규모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들은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외주 용역 발주를 내면서 RFP에 목표 건수, 금액 등을 제시해서 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과제를 받아서 일하는 사업화 전문 컨설팅 업체는 어떨까요? 실제로 기술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서 기술 이전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굉장히 드물고, 대부분은 사전에 기술 매칭을 해놓고 정부 과제 비용을 서로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개인적 의견) 

 

통계 수치로만 보면 기술이전과 특허 활동은 활발해 보이지만 이 수치들은 사업화 성공 여부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 대학 기술이전 수입의 50% 이상이 상위 10개 대학에 집중
🔹 전체 특허 중 80% 이상이 기술이전·사업화 없이 사장
🔹 기술기반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30% 이하

 

, 기술은 많이 나오고, 특허는 많이 내고, 이전 계약도 체결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살아남아 성장하는 기술은 극소수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히 기술의 품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TLO 조직 구조, 평가 방식을 비롯해서 다양한 정부 과제 수행에 대한 관행들에 있습니다. 오늘 여기서는 관행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이미 체계화되어 실행되고 있는 TLO 조직 구조와 사업화 성과 평가 방식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문제의 핵심: 성과지표가 기술을 관리하고 보고 조직화된 TLO

현재 TLO의 대표적인 성과지표(KPI)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표 측정 기준 문제점
기술이전 건수 연간 계약 체결 수 실적 채우기용 계약 남발 유도
특허 출원 수 신규 등록 수 기술 완성도·시장성 무관
기술료 수입 일시금+로열티 총합 일회성 수입 중심, 장기성과 미반영

 

이러한 수치들은 정부 평가, 대학 내부 예산 배분, 기관 성과지표 등에 직접 연동되다 보니, TLO는 자연스럽게 양적 성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그 결과,

  • 실질적 수요가 없는 기술도특허로 양산되고,
  • 기업과의 실질적 협의 없이기술이전 계약서만 작성되고,
  • 창업기업은 후속 투자나 고객 확보 없이 폐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기술이전 계약 후 제품화까지 이뤄지는 비율은 10% 미만이며, 제품 출시 후 지속 매출로 이어지는 비율은 2~3% 수준에 불과합니다.(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사업화 보고서)

 

또한 단순히 성과지표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TLO 조직 자체가 기술사업화를 촉진할 역량과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해외 주요 기관의 TLO 조직과 비교하면 무엇이 다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항목 국내 TLO MIT TLO Stanford OTL Weizmann TTO
인력규모 3~7, 행정직 중심 50명 이상 45명 이상 30
핵심인력 행정, 법무 기술이전 전문가, VC 출신 IP전문가, 변리사 기술+투자 담당자 겸임
성과관리 기술이전 건수, 특허 수 창업 기여, 라이선스 지속률,
고객사 만족도
제품화 성공률,
기술료 지속성
투자 회수율,
IP
포트폴리오 가동률
사업화
모델
단일 기술이전 계약 조건부 옵션 계약,
평가라이선스
공동 개발 및 스핀오프 연계 기업 설립 및
주식 전환 연계형 구조
기술이전
방식
단기 계약 위주 기업 실증 후 본계약 기술 검증 후 공동 개발 스핀오프 또는 IP 바스켓 구성

 

이들 선진 TLO는 단순히 기술을 외부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와의 공동기획, 시장 피드백,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설계를 포함하여 사업화 全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Weizmann은 기술이전 수익의 40%를 연구자에게 환원하며, TLO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연구자에 대한 보상도 매우 높습니다.


대안: 진짜 사업화를 위한 새로운 조직 구조 및 평가 체계 구축

결국 앞서 제시한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이전 건수나 특허 수가 아니라,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남기까지 TLO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중심으로 조식과 성과를 재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두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결과가 아닌 지원 과정'에서의 정량적 KPI

우선 성과 지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최종 기술이전 결과에 대한 건수, 금액, 특허 출원 수가 아니라 지원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말이죠.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사업화 단계별로 평가 요소를 개발하여 측정 방식을 최대한 정량화하는 것입니다. 

단계 평가 요소 측정 방식
기술기획 시장검증 여부 고객 인터뷰, 기업 수요조사, 외부 전문가 평가
PoC 검증 기술 실현 가능성 개념검증 성공률, MVP 개발 여부
사업화 연계 사업화 전환율 제품 출시, 고객 확보, 초기 매출 여부
창업 기여 창업 및 투자 유도 후속 투자 유치, 기술지주 자회사 설립 여부
스케일업 지원 성장 동반 여부 매출 3배 이상 증가, 고객 확장율, 글로벌 진출

 

이러한 지표는 단순 수치 이상의 사업화 여정 중심 평가체계, 기술이 진짜 고객의 손에 도달하기까지 TLO가 어떤 지원 활동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 실제 고객 검증을 위한 전문가 집단 플랫폼으로 전환

이와 더불어 기술과 시장 양쪽에 모두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합니다. 현재도 기관별 사업화 지원 조직에는 외부로 변리사, 세무사, 사업화 전문 컨설턴트,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 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외부 전문가로 계약만하고 필요할 때만 교육, 컨설팅, 멘토링 등의 형태로 부르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조직의 전문성을 높일 수 없을 뿐더러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지 못합니다. 

 

결국 전문가들도 인센티브가 있어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우수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필요할 때 부르는 외부 전문가 형식이 아니라 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태의 플랫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장, 산업 전문 영역을 볼 줄 아는 전문 인력이 TLO 조직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이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체계 등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에 뒷받침해서 IT 시스템적으로 전문가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며, 기업/연구자의 니즈를 쉽게 파악하고, 그 문제에 쉽게 의견을 줄 수 있도록 심리적 장벽이 없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결국 궁극적으로 바라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올바른 형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보안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도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무리: TLO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며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제는 기존 조직 구조와 평가 방식으로 사업화의 본질을 확보하기 어렵고, 새로운 방식의 조직과 평가체계가 필요합니다.

 

이제 TLO기술을 이전하는 '관리' 조직이 아니라,


🔸 기술을 시장에 도달하게 만들고,
🔸 창업자의 사업모델을 함께 설계하고,
🔸 투자자와 고객을 연결해주며,
🔸 제품이 스케일업까지 가는 여정을 동행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술사업화 '공동 창업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관리 조직이 아닌 심리적 장벽이 없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의 조직 구조 개편성과가 아닌과정과 기여로 성과 지표를 바꾸는 것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남는 기술이전은 멈추고, 기술이 시장으로 가는 진짜 길을 여는 진정한 TLO 조직으로 진화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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